초등학교 2학년, 수업 시간에 옆 자리 짝꿍이었던 남자애가 연필로 내 허벅지를 깊게 찔렀던 적이 있다. 소위 말해 담담한 성격이었던 나는 아프다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손을 들어 담임 선생님께 옆 자리 짝꿍이 연필로 날 찔렀다고 얘기했다. 그 때 담임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며 그 짝꿍이 날 좋아하나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인 줄 알았다. 좋아하면 괴롭혀도 되는건가보다 했다. 허벅지에 박혔던 연필심은 깊게 박혀 점처럼 남아있다가 몇 년 후 내 방 책상의자에 앉아 혼자 컴퍼스 심으로 연필심을 빼냈다. 연필심을 빼내면서 그 나이의 나로서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요동쳤다. 그의 비보를 보고 난 갑자기 내 허벅지에 박혀있던 연필심이 떠올랐다. 날 연필심으로 찔렀던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그 남자애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 때의 일을 기억이나 할까. 왜 나를 찔렀냐고 묻고 싶다. 그리고 그녀에게 쏘아댄 연필보다 더 날카로웠을 말들. 대수롭지 않게 댓글을 썼을 그들에게도 묻고 싶다. 왜 그랬냐고. 누가 당신들에게 그를 상처입혀도 된다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