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얼떨결에 버지니아텍에서 석사를 시작한 그 순간이 아직도 나는 생생하다.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전공 수업을 힘겹게 따라가면서 자책하기도 하고 자신감도 많이 잃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서 그만두게 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될까봐..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나를 상상하는 것이 이 힘든 대학원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매일 수업을 듣고, 논문을 읽고, 과제를 작성하고 버티고 버티다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가 있었다. 1년을 버티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기회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3년의 박사과정 풀펀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박사를 시작하고 같이 유학생활을 함께하던 남편이 한국에 취업을 하게되면서 1년동안 홀로 유학생활을 하게되었다. 남편과 떨어져 생활하는게 슬프기도 했지만 홀로 오롯이 1년을 타지에서 살아가는 경험이 나에겐 내적으로 많이 단단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홀로 지낸 1년의 유학생활도 어느덧 흘러가고 난 박사졸업을 위한 세 단계 중 두 단계를 마친뒤 한국으로 귀국했다. 한국에서 반년동안 논문을 마무리지었고 작년 12월, 드디어 디펜스를 무사히 마치면서 박사가되었다. 디펜스가 통과되는 그 순간을 수백번 상상했고 상상속에 나는 눈물을 흘리거나 기뻐서 소리를 지르거나하는 모습이었는데 정작 현실은 그냥 덤덤했다. 긴긴 숙제를 마친 기분, 그리고 5년동안 수고한 내 자신에게 고마운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나에게 어떤 기회와 경험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나의 5년동안의 유학생활은 영원히 나에게 단단한 지지대가 되어 어떤 풍파도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가짐을 만들어주었다. 앞으로 유학을 할, 또는 유학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나의 소소한 글이 조금이나마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논문 결론 부분을 몇 페이지 남긴 채, 빨리 끝내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 딴짓을 하면서 회피를 하는 중이다. 무의미하게 유튜브 영상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차라리 일기라도 쓰자 해서 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접속을 해본다. 5월에 박사수료를 하고 2달간 미국에 있다가 7월에 아주 한국으로 돌아왔다. 난 수업도 다 들었고 마지막 디펜스만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이상 미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빨리 한국에 들어가서 남편과 같이 살 집을 알아보고 한국에서 빨리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서둘러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와서 2주마다 지도교수와 미팅을 하고 수십번의 피드백과 수백번의 뒤집어 엎기.. 몸도 마음도 지쳐갔지만 그래도 외롭게 미국에서 논문을 쓰는 것보다 이렇게 가족들 곁에서 안정적으로 논문을 쓰는게 백만번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이제 거의 막바지에 들어서서 디펜스 날짜만 잡으면 되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학교 의료보험센터에서 내가 보험가입을 안했다는 이유로 내 학교계정을 정지시켜버려 디팬스 스케쥴을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버린 것. 내가 미국에 없다는 것만 증명하면 된다는데 그거는 자기네들이 확인을 못하는 부분인건지? 답답한 행정시스템에 열이 받고 담당자는 전화할때마다 오피스에 없고 병가를 냈다고 하고 스트레스.. 이번 주 내로 내 계정이 풀려서 빨리 날짜를 잡을텐데 걱정이다. 아무튼.. 끝이 도저히 안 날것 같았던 나의 대학원 생활도 진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 다음 달이 되면 모든게 홀가분해 진 마음으로 연말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