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 드디어 Prospectus exam을 통과했다. 약 두시간에 걸쳐 zoom으로 본 시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무난히 잘 마무리가 되었다. 내 스스로도 내 논문에 자신이 없었는데 심사위원들과 지도교수가 적극적으로 피드백과 조언을 줘서 논문의 방향성을 더 확실하게 잡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발표 후 Q&A를 한 30분 넘게 하고 난 후, 난 잠시 미팅룸에서 나가 지도교수와 심사위원들이 회의를 한다. 내가 다시 미팅룸에 돌아오니 축하한다는 인사와 함께 밝은 웃음으로 이제 한 단계만 더 남았으니 힘내라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
2018년 1월의 나를 떠올려본다. 남편의 미국 유학으로 어떨결에 나도 미국 유학을 꿈꾸게 되었고 정말 운이 좋게 석사과정을 붙어서 이곳으로 왔다. 그 당시 나는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보통 대학원은 펀딩을 받으면서 입학하기 때문에 학비도 면제에다가 월급도 받는데 나는 내가 붙은 학과에 펀딩이 없어서 등록금을 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돈만 주면 다 붙여주는데 아닌가' 싶은 생각도 없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듣는 강의에 익숙했던 난 매주 발표, 토론 수업에 스트레스를 받아 헤르페스도 걸리고 정수리에 탈모가 와서 손톱만한 구멍이 머리에 뚫리기도 했었다. 꾸역꾸역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었지만 늘 마음 한켠엔 불안감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그 해 학교에서 한국어 강사를 모집한다는 메일을 받고 지원을 해서 내가 최종으로 합격이 되었고 2019년에 지금 학과 박사과정에 3년 펀딩을 약속받고 입학을 하게 되었다. 강사로 일을 하면서 박사과정도 들어오니 나의 불안감과 낮은 자신감을 점점 회복할 수 있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가 시작됐던 2020년. 그 해 여름, 나는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려야했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서 확신하지 못하지만 공황장애 비슷한 것도 찾아왔었다. 해가 뜰때 까지도 잠에 들지 못했고 심장이 제멋대로 빨리 뛰기도 하고 이유없이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옆에 남편이 있었지만 나의 우울감은 내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약 두 달간의 방황을 끝내고 나는 내 스스로 이런 불안감, 우울함,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을 서서히 터득해나가기 시작했다.그 중에 하나는 바로 운동이다. 뻔하게 들리지 모르겠지만 운동으로 내 박사과정을 견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남편과 떨어져서 지내야했던 작년 여름부터 나는 일주일에 세 번이상을 꾸준히 뛰기 시작했다. 생각없이 뛰고 또 뛰다보면 나의 걱정도 대학원 생활의 스트레스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더이상 우울하지도 힘들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 가장 건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지금 타국에서 유학을 시작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깊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보다 우리는 내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어떤 것을 하면 행복해지고 마음이 풀리는지 꼭 자신만의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또한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스트레스만 받지 말고 시간이 나는대로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문화생활도 했으면 좋겠다. 대학원 생활도 결국 내 인생의 일부분이니 대학원 생활에 자신이 끌려가는게 아니라 내가 대학원 생활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아래 사진들은 여태까지 뛰었던 인증샷들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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